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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3층 : 함께 무너지기>에 대해
규율의 고통을 원해? 후회의 고통을 원해?
진보의 고통을, 아님 퇴보의 고통을 원해?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나의 존중을 얻어야 해
언제나 나 혼자만의 싸움일 뿐이야.
Do you want the pain of discipline or the pain of regret
The pain of progress or the pain of regress
When no one's watching, gotta earn my respect
All along, it's just me vs. myself
- 'Pain of Discipline' bo Yoshi 20
JUL 25 [15:06]
불안은 미래에서 온다. 공포가 현존하는 대상에서 촉발된다면, 불안은 가깝거나 먼 미래의 불확실한 예견에서 비롯된다. 다만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한다. 마크 피셔가 말하듯 작금의 시간은 선형적이기보다 무질서한 점의 형태로 분할되었다. 예컨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시간의 붕괴가 초래한 영구적 불안정 위에 선 채로, 너무 가까운 미래인 나머지 현재로 인지되는 불안과 너무 먼 현재이기에 미래처럼 여겨지는 공포를 동시에 감각하고 있다.
JUL 25 [15:09]
어느 날 진선은 불안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적어도, 내게 있어 불안은 실재하지 않은 적이 없다. 불안은 언제나 나를 따른다 (또는 내가 항상 불안을 좇는다). 난 여전히 나와 불안의 상호적 위치를 가늠하지 못한다. 결국 그 기묘한 관계는 작품으로 스며들었다. 시작으로부터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이것이 '불안에 대한' 작품인지, 그 자체로 '불안한' 작품인지 알 수 없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JUL 25 [15:25] 의무 교육을 수료하던 언젠가의 과거에 마주한 이상李箱은 어느 방도를 따라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작품이 조선의 모더니즘 문학을 이끌었다느니, 여러 작품에서 포착되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인물이 느끼는 불안을 서술하라느니 하는 문제와 진술은 이제 잊힌 지 오래다. 그저 내게 남은 인상은 이상의 작품을 둘러싼 다종적 해석의 갈래거나, 그 작품 자체가 지닌 이미지로서의 가능성과 한계에 머물 뿐이다. 그러나, 몇 번이나 반복해 말하듯, 불확실성이 불안의 원흉이라면 시인 이상과 그의 시는 불안을 야기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한다.
우리는 <오감도 제1호>를 꺼내 들었다. 정확히는 우리가 꺼내고 들기 보다, 웹 서치 엔진이 제시한 각종 이미지를 펼친 채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본 것과 같은, 가로쓰기 된 시는 그 모습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의 나열이다. 신문에 실린 원본이라는 세로쓰기 된 작품은, 바랜 종이가 제시하는 물질적 왜곡과 반복되고 번진 한자가 만드는 의미로서 왜곡이 더해진 일종의 점묘화 같다. 까마귀가 내려다 본 시점이라는 뜻을 붙인 이상의 의도에 그대로 걸려든 것인가? 나는 곧장 불안해졌다.
JUL 25 [16:49]
진선이 모은 동료들과 둘러 앉아 불안에 대해 얘기했다. 어떤 이가 설명한 불안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다른 사람이 겪는 불안은 내가 불안할 수 있도록 내몰았다. 불안은 전염되는가? 나는 그 때부터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JUL 25 [17:12]
어린 시절, 친구가 문방구에서 사 온 500원짜리 미니북을 빌려 읽었다. <무서운 게 딱 좋아!>는 지금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에, 진부하거나 억지로 이어 붙인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그때에 나는 그게 무서웠다. 그리고 그 공포는 곧 불안으로 변환해, 지금까지도 나를 옥죄고 있다. 나의 불안은 어느 때의 내가 느꼈던 공포가, 곧바로 미래 시점의 불안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에 종속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엘리베이터만 타면, <무서운 게 딱 좋아!>에서 읽은 엘리베이터 괴담이 떠오르며 소름이 돋는다. 공포는 곧 불안이 되고, 불안은 나아가 공포를 만든다. 공포와 불안의 순환구조.
JUL 25 [17:30]
엘리베이터만큼 일상적이고 좁은 공간에, 그 많은 수수께끼와 괴담이 들러붙은 존재도 많지 않을 테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곧 그것이 배경이 되거나 주제가 되는 괴담을 두 손으로 꼽지 못할 만큼 많이 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 있다... - (1)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낯선 사람이 내가 내려야 되는 층 바로 아래에서 내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그가 품속에 숨겨든 칼을 꺼내들며 계단으로 뛰어간다 (2) 혼자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어느 층에서 멈추고, 곧이어 정원 초과 경고가 울리기 시작한다. (3) 어느 조건을 충족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매뉴얼대로 여러 층을 순서대로 누르면 또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 (...) 무서우니 그만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언젠가부터 괴담에 꽂혔다. 태생적으로 겁이 많은 인간으로서, 나는 괴담을 좋아한다.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공포를 탐닉한다. 과거의 나는 해가 쨍히 비추는 여름 날, 사람이 가장 많이 오가는 점심시간에 교정 한가운데 벤치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괴담을 읽었다. 무서운 이야기에 오한이 들기 시작하면, 급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맑은 햇빛 아래 많은 학생들이 담소를 나누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풍경에 안심하기 위해. 그러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말야, 만약 네가 무서운 마음에 고개를 들었는데, 캠퍼스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너를 쳐다보고 있으면 어떨 것 같아? 무서우니 이 이야기도 그만하자.
JUL 25 [20:35]
망령처럼 인터넷을 배회하다 '나폴리탄 괴담'이란 장르를 발견했다. 어떤 의미도, 교훈도 담지 않는 이야기로서, 아니 이야기라고 하기 힘든 형식으로서 나폴리탄 괴담은 그 자체로 내가 인식하는 <13층 : 함께 무너지기>와 동형이었다. 예컨대, 나폴리탄 괴담은 서사 구조와 형식을 무시한 채로, 그것이 기생하는 웹 • 온라인의 갖가지 모습을 이식한다. -가령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 • 댓글 시스템을 괴담에 모사하거나, 문자 메시지가 오가는 방식을 활용하는 등. 그리고 전술했듯, 그것에는 과거의 괴담과 민속설화, 도시 전설에 수반되는, 이야기가 내포한 교훈이나 목적을 상실한 채로 존재한다. 나아가 나폴리탄 괴담은 이야기 안에 방향을 포기한 채로, 독자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속력만을 탑재한다. 나폴리탄은 곧바로 공포를 조장하는 류의 괴담이기보다, 독자의 불안을 자극해 그 불안을 즉시 공포로 치환하도록 종용하는 식의 전략을 택한다.
JUL 25 [23:26]
<13층 : 함께 무너지기>는 나폴리탄 괴담이다. 예컨대 <13층 (...)>의 제목 후보에는 다음과 같은 예시가 있었다 -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누르지 않은 13층에서 멈춘다면, 문이 열리기 전 뒤를 돌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눈을 감고 1부터 13까지 거꾸로 세세요. 우리 건물에는 13층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13층>을 위해 두 편의 나폴리탄 괴담을 썼다. 적어도 나는 <13>이 나폴리탄 괴담으로, 또는 나폴리탄 괴담처럼 읽히길 원했다.
JUL 26 [01:39]
지난겨울, <13층>의 전신이자 기원이라고 부를 법한 <Sfumato>를 준비하며, 우리는 '집착'에 대해 말해보자 다짐했고, 결국 우리는 집착했다. 대체 무엇에? 처음에는 으레 그렇듯, 우리가 집착하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집착하는 무언가를 밝혀내는 데에 우리가 집착하도록 만들었고, 나아가 우리가 집착하는 것을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데에 집착하게 몰아세웠으며, 결국 우리가 집착하는 데 집착하도록 만들었다.
이번에도 다름없다. 우리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고, 불안하게 만드는 또 다른 불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불안을 표현하는 데에, 불안하게 표현하는 법에 대해, 불안의 원흉, 불안한 내면과 그를 발원한 환경, 불안정한 현재와 미래라는 시제와 그 시간이 제시하는 불확실한 현실이 초래한 불안, ..., 그저 그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JUL 26 [01:50]
우리는 불안하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지만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안은 원동력이 된다. 모든 현대인은 붉은 여왕 가설의 등장인물이 되어 우리를 스쳐가는 급격한 속력 증가의 불안정과 그것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불확실 사이에서 달려간다. 예컨대, 현대 사회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이고 거대한 힘은 불안에서 기원한다.
결국 불안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고, 우리는 움직이기에 불안하다. ‘이미지 컨버전스 퍼포먼스’라는 불완전한 장르명을 덧씌운 채, 우리가 연극과 퍼포먼스로 불안을 이야기하기 위해 택한 가장 쉽고 빠르며 효과적인 방안은, 그저 불안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뿐이다. ‘불안을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 움직이기’라는 도식은 정합하는가?
JUL 26 [03:30]
(0) 당신은 불안한가?
(1) 불안하다면 -> 왜 움직이지 않는가?
(2) 불안하지 않다면 -> 왜 불안하지 않은가?
JUL 26 [001:131313]
여기에는 <13층 : 함께 무너지기>를 만들면서, 나를, 우리를,
작품을 불안하게 만들고 불안하지 않게 도운 작품의 리스트가 있다.
Producer•Visualturg•Visual Designer | bahkjeongho•PAKJEONGHO
❖ 글과 책
김음 | ‘리미널스페이스론’
나원영 | <대체 현실 유령>, ‘오버 더 오버더빙 비잉 : 류한길의 《③》’, '우린 무언가 새로운 걸 짓고 있어, 나를 위해 아름다운 무언가를’
류한길 |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허구의 생산과 증폭의 가능성에 대하여>
이희우 | '남자, 사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1부 - 이연숙 평론가와의 대화'
DC 인사이드 | 나폴리탄 괴담 이너 갤러리 명작선
Mark Fisher |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자본주의 리얼리즘>
Kirean Press-Reynolds | ‘The Lost Promises of Hyperpoptimism’, ‘The Musical Age of Shitpost Modernism’, ‘The Rash rebirth’, ‘The life (and death?) of sigilkore’
❖ 음악
Aphex Twin | “Come to Daddy”, “T69 Collapse” and his Logotype
betcover!! | “勇気”
ILLIT | ‘빌려온 고양이 (Do the Dance)’
Jazz Emu | ‘The Real Me’, ‘Still Waiting’
Kendrick Lamar & Drake’s Beef in 2024 | ‘euphoria’, ‘Family Matters’, ’Meet the Grahams’
The Lemon Twigs | “A Dream Is All We Know”
Los Thuthanaka | “Los Thuthanaka”
Yoshi 2.0 | ‘Pain of Discipline’, ‘I Do It Anyway’
(and) Rest in peace Brian Wilson,
who was my eternal dream and also always brought peace to my heart.
❖ 유튜브 영상
Fashion Neurosis | <JW Anderson on the Importance of Imperfection | Fashion Neurosis Podcast with Bella Freud>
Fred again.. x Skepta x PlaqueBoyMax | <Victory Lap>
Jane Jin Kaisen | <Burial of this order>
Kane Pixels | <‘The Backrooms (Found Footage)’>
niu | <[긴급재난경보체계] 위를 보지 마시오>
¥ØU$UK€ ¥UK1MAT$U | <Boiler Room: Tokyo>
❖ 뮤직비디오
A$AP Rocky | ‘Tailor Swif’
black midi | ‘Sugar/Tzu’
Death Grips | ‘Guillotine (It goes Yah)’
Doechii | ‘Anxiety’
EQ, Estratosfera, Qiri | ‘Boytoy’
Geordie Greep | ‘Holy, Holy’
Jane Remover | ‘JRJRJR’
JPEGMAFIA x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Ken Carson | ‘Fighting My Deoms’
yuke | ‘ian goin’
(and) numerous music videos created by UNCANNY | ‘DISCLOSURE - ARACHINDS’,
‘DEB NEVER - I’M NOT IN LOVE’, ‘HONESTY - NO RIGHT 2 LOVE’, ‘DANNY BROWN - TANTOR’,
‘DANGER MOUSE + BLACK THOUGHT - Strangers’, Fred again.. & Lil Yachty & Overmono - stayinit’
❖ 영화와 전시
Charlie Kaufman |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Pierre Huyghe | <리미널>
❖ 런웨이
Balenciaga | 53rd Couture Collection
Lemaire | Fall/Winter 2023/24
Maison Martin Margiela | SS91 Runway Show, AW95 Runway Show
Number (N)ine | SS 05 Night Crawler Runway Show
Raf Simons | Show Autumn/Winter 2001-2002
Yeezy | Season 9 Collection
Yohji Yamamoto Pour Homme | AW97 Runway Show
Music Director| Kim Keonwoo
Costume Director| Kim Taewoong














Director| Kim Jinsun











